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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 有感
KBCSD 2015.01.02 / 900

배출권거래제 有感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


      

200511, EU 집행위원회가 EU내에 있는 공장굴뚝에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제한했다. 그리고 정한 량보다 더 뿜어낼 경우에는 그만큼의 배출권을 사도록 했다. 물론 남으면 팔아도 된다. 소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것이다. 이후 햇수로 10년이 지났다. 안타깝게도 성적표는 초라하다. 남아도는 배출권으로 인해, 시행초기에 30유로까지 달했던 배출권가격이 지금은 6~7유로 수준으로 폭락했다.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의 가격이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가격이 적당해야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들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개발의 동력이 나오게 되고,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지금 EU의 배출권가격은 낮아도 너무 낮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좋아지기는커녕 그동안 EU 배출권거래제는 상상 가능한 모든 부작용을 쏟아냈다. 배출권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검은돈을 세탁하는 경로가 되기도 했고, 부가세 탈루에 악용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사용한 배출권을 다시 사용한 기막힌 일도 있었다. 너무나도 환경을 걱정한 사람들이 배출권도 재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많은 부담이 되기는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배출권거래제를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EU 배출권거래제의 실패를 2009년도의 금융위기로 모두 설명하려하는 이도 있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자 경기는 얼어붙었고, 당연히 제조업 가동률은 바닥을 쳤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발생량도 급격히 줄어 배출권이 남아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고 운이 나빴을 뿐이란 주장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금융위기는 좀 과장되기는 했지만 누군가 제3자가 특정 기업의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제한하는 행위자체가 가진 불합리한 점을 아주 극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배출권거래제를 하려면, 먼저 수년 후 그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그 바탕 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지를 평가하고, 이에 맞춰 적절히 온실가스배출량을 지금제한해야한다. 온실가스배출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히 공장의 가동률이다. 따라서 제대로 배출권거래제를 하려면 수년 후의 개별기업의 가동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누가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누가 이 격변하는 세상에서 3, 5년 후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단 말인가. 담당공무원이? 관련 연구소 박사님들이? EU의 배출권거래제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비싼 대가를 치르며 보여주었다. 금융위기가 없었더라도 배출권은 남거나, 혹은 모자라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 개별공장의 온실가스배출량을 합리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EU를 본받아 금년 11일자로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했다. 오랫동안 이쪽에 관여해 온 나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정말 실시될 줄은 몰랐다.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25월에는 EU 배출권거래제가 생각가능한 모든 문제를 들어내며 거의 빈사경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변죽만 울리다 적당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관련부처는 정색을 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가동률을 정확하게 예측하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판매량도 예측하고 평가하겠단다. 그리하여 이에 필요한 온실가스배출량을 정하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지도 알아서 정해주겠단다. 그리고 마침내 작년 말에 관련부처는 개별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을 정해서 등기우편으로 통보했다. 당연히 각 기업에서는 난리가 났다. 몇몇 기업들은 자칫 규제당국에 밉보일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강하게 이의제기를 하고, 필요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단다. 정말 소송까지 갈까?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문제가 있거나 말거나, 이제 앞으로 최소 3년간은 대한민국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다. 그럼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과연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시장기능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는 법 제정 목적은 달성 될 수 있을까?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뭐길래 이 난리 법석을 떨어서라도 달성해야하는 걸까?) 그리고 적정 규모의 탄소시장이 형성되고, 그 시장으로부터 배출권의 가격 시그널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개발 동기가 부여되는 바람직한 시스템이 구현 될 수 있을까? 글쎄올시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배출권거래제는 거래가 없는 배출권거래제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보통, 사람들은 불확실하면 의사결정을 뒤로 미룬다. 대한민국의 배출권거래제에는 뭐가 먼지 아직 잘 모를 점들이 너무 많다.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도 많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더라도 아직 아무도 안 해보았으니 좀 지켜보자는 관망하는 자세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각 기업의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기본자세는 배출권은 가능한 생산에 지장을 주지 말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혹 배출권이 남아도 당분간은 이를 시장에 내다 팔 기업은 그리 있을 거 같아 보이지 않는다. 배출권이 모자라면? 이땐 좀 깝깝하다. 적당한 가격이면 배출권을 좀 사려고해도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별로 없다. 단지 할당량의 10% 범위에서 사용가능한 오프셋 물량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도 잘못하면 턱없이 부족할런 지도 모른다. 그러니 늦기 전에 이거라도 얼른 잡아둬야 될 듯하다. 여기에 발전분야의 전기요금 결정구조의 특수성이 더해지면 논의 구도는 정말 복잡해진다.

 

EU의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발전사업자들이 실시간 배출권거래의 한가운데 서있다. 유럽, 특히 서유럽의 전력시장은 각 국가별로 완전히 자유화 되어있으며, 국가 간의 거래 역시 자유롭다. 궁극적으로는 EU 전체를 하나의 단일한 전력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조만간, 맘만 먹는다면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서쪽 끝의 건물주가 노르웨이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서 쓸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정확하게는 노르웨이의 판매사업자와 전기공급계약을 맺는 거지만). 여하튼 중요한 것은 이렇게 거의 완전하게 전력시장이 자유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발전사업자들이 그때그때 전력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동향을 보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발전소의 가동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서 전기를 사고파는 트레이더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취급하는 정보가 전력거래가격에서 해당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원료가격과 전기생산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에 상당하는 배출권가격을 뺀 숫자이다. 이를 흔히 석탄발전의 경우에는 clean dark spread, 가스발전의 경우에는 clean spark spread라고 이야기한다.

 

이 각각의 스프레드가 발전소의 연료비를 제외한 오퍼레이션 비용을 커버하고도 남으면, 그 발전소는 지금 가동을 하면 최소한 본전은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 단기적 변동 요소를 감안하여 발전소에 온오프 시그널을 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전력판매가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이렇게 반영된 배출권을 급하지 않으니 나중에 천천히 확보하지할 어리석은 전력 트레이더들은 한명도 없다. 그들은 탄소배출권 트레이더가 아닌 전력 트레이더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나중에 배출권가격이 오를 지도 모를 리스크를 안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전력거래가 이뤄지면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바로 현물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던가, 아니면 선물을 확보하던가, 그도 아니면 옵션거래라도 하게 된다(전력이 주로 선물로 거래되므로 배출권 역시 선물거래가 많다). 이렇게 유럽에서는 전력거래과정에서 실시간 배출권거래의 동인이 나오게 되어있다. 따라서 전력시장이 얼마나 자유화 되어있는가 하는 여부가 배출권시장에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할 것인가를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전력시장이 없다!

 

단언컨대, 일부러 공장굴뚝으로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대한민국의 기업가는 없다.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데는 돈이 들어간다. 할 일 없이 기름을 펑펑 때서 하늘로 돈을 날려버릴 사람은 없다. 다만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대한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다. 한정된 돈에 쓸 곳은 많으니 당연히 급한 곳에 먼저 쓰게 된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우선순위가 좀 떨어진다. 정확히는 발등이 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업가들도 있다. 특히 제품원가 중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업종일수록 더하다. 대게 그런 곳에서는 에너지 사용설비, 즉 온실가스를 발생하는 설비는 한번 설치되면 그저 말썽 없이 잘 돌아가 주기만하면 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말 급하게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규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대신 숨이 길게,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최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기술도 확보하고 인센티브도 주는 등. 이래야 지속가능하다. 그냥 쥐어짜서는 곤란하다. 지금 100을 뿜어내는데 3년후에는 90, 5년후에는 80을 그리고 또 다시 5년후에는 70을 뿜어내라고 할 요량인가? 그래서 어디까지 갈 작정인가?

 

요즘 기후변화협약협상 장에서의 화두는 금세기내로 어떻게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 내로 억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IPCC 평가에 따르면 만일 우리가 이에 실패한다면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기후재앙을 직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2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한 결과가 아래 그림이다. 대기온도 상승을 막기 위하여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을 규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이야기하기 위하여 최근 들어 종종 인용되기도 하는 그림이다. “봐라,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정점(peak)에 달해야하고, 늦어도 금세기 내로 ‘0’으로 만들어야 만 한다. 아니면..." 세상에나, 온실가스 발생이 없을 때까지 가잔다. 지금의 느슨한 할당으로는 턱도 없단다. 보다 더 강력하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야 한단다. 공장굴뚝을 훨씬 더 강하게 틀어막고, 못한다고 하면 징벌적 수준의 벌과금을 물려야 한단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이 그림이 달리 보인다. 내 눈에는 금세기 내로 에너지시스템의 대변혁이 있어야만 한다.”로 보인다.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공장굴뚝을 틀어막는 규제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금세기 내로 화석연료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0’으로 만들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을 해결하지 않고, 석유류를 기본으로 하는 4사이클 엔진을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에너지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기술개발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로 읽혀진다.

 

 

 

 

중국정부는 유럽기업들이 중국에서 추진한 온실가스감축사업에서 생긴 수익으로 녹색기술의 보급을 지원하는 전문펀드를 만들었다. 펀드규모는 이미 20$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필요한 각종지원을 이 분야에 집중했다.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독일과 일본의 기업들도 인수했다. 이런 노력으로 풍력발전, 태양광전지, 전기자동차, 가스터빈 등 거의 모든 녹색기술부문에서 중국회사들이 세계 10대기업에 진입했다. 이미 중국은 녹색기술 분야의 강국이 되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우리를 훌쩍 앞서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얘기 할 것도 없다. 기후변화협약장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일으키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마 전 세계에서 녹색기술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국가는 미국일 것이다. 지금 바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는 좀 등한히 하는 것으로 보일런지 모르지만, 향후 핵심이 될 녹색기술의 개발에는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미래의 녹색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지금의 원유나 석탄 등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심지어는 그것이 일종의 전략자원이라는 것을.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며 저탄소 사회 구현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1(목적)에 밝혀져 있는 법 제정 목적이다. 정말 훌륭하다. 그렇다 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핵심 중의 핵심은 녹색기술과 이의 산업화다. 모든 포커스는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녹색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산업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점점 강도를 더해갈 기후변화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이미 남들이 실패한 정책을 우리도 하겠다고 고집피우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은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문제와 각국의 의무와 책임을 다루는 협상의 이슈들로 포장되어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최고기술의 사용을 강제하는 기술협약이다. 새로운 기술규범이다. 녹색기술을 쥐느냐 여부가 국가의, 기업의, 국민의 앞날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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