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유례없는 고관세 정책과 더불어 EU의 환경·안보
비관세 무역조치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탄소중립과 AI 시대의 녹색 첨단산업 경제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하여 자국의
제조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산업 성장전략을 재편하고 관련 입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작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기 집행위(2024~2029년)의 핵심 산업 로드맵으로 지난 2월 26일 발표한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과 「옴니버스 규제 간소화 개정안
(Omnibus Packages)」이 EU 역내 제조역량 강화와 탈탄소화의 양립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산업 성장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U 산업부문 전력 소매가격이 미국의 2.2배, 중국의 2배, 일본의 1.2배 높은
상황에서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주요 경제국 대비 과도한 규제부담으로
기업들의 생산거점이 역외로 이동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청정산업딜」은 구체적인 성과지표(KPI)와 전략 이행 타임라인, 그리고
에너지집약 산업에 투입될 1,000억 유로(한화 160조원)의 재원을 통해 EU
제조업의 부흥과 청정전환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우선, EU 경제 전반의 전기화율(electrification rate)을 현재의 21.3%에서
2030년 32%로 확대한다는 KPI 목표하에, 재생에너지 산업의 국가보조금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EU 회원국의 에너지믹스 결정권을 존중하여 원전 및 SMR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해외 LNG 프로젝트 대출 혜택 등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는 청정에너지·기술의 범위를 폭넓게 정의함으로써 산업전반의 청정전환을 촉진하고, 산업부문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공급 확보를
통해 EU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또한, EU 시장에서 청정기술 제품의 EU産 핵심부품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KPI 목표에 따라, 공공 및 민간 조달 기준에 ‘지속가능성’과 ‘EU産 우대’ 등
비가격 조건을 강화함으로써 EU에서 생산된 청정제품 수요를 촉진할 방침입니다.
핵심원자재 및 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 일환으로는, 유럽 Remanufacturing 시장의
순환 잠재력 가치를 현재의 310억 유로(한화 50조원)에서 2030년까지 1,000억
유로 (한화 160조원)로 상향한다는 KPI하에, ‘EU 핵심원자재 센터’를
신설하여 기업을 대신하여 원자재를 공동 구매함으로써 가격 협상력을
제고하는 한편, 블랙매스 등 EU 내 핵심원자재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도록 제도화할 계획입니다.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의 경우, 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전략적 산업에서 설비 소유권과 EU産 부품 사용, EU 기반 인력 채용, 공동
투자 또는 지식재산권 이전 등의 요구 조건을 검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EU
산업을 보호한다는 방침인바, EU 진출 한국기업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청정산업딜」과 함께 발표된 「옴니버스 규제 간소화 개정안」은 EU의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규제인 ①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② 공급망
실사지침(CSDDD), ③ EU 택소노미, ④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간소화하여
기업들의 행정부담을 2029년까지 최소 25% 완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지속가능성 공시 및 공급망 실사 요건이 간소화되어
EU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기업들의 규제대응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업의 재무 및 영향 중요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이중 중대성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CBAM 적용 분야를 기존의 6개 품목에서 향후
다운스트림 제품, EU ETS(배출권거래제)에 포함된 기타 산업, 간접배출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는 등 EU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조와 방향이 큰
틀에서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EU의 이번 규제 간소화 개정안을 계기로, 지속가능성
이슈를 단순한 규제 대응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성장 전략으로 재점검
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8%이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자국 제조산업 보호와 규제를 명분으로 한 글로벌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현명하게 대처할 국가 차원의 장기적 성장전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미국, EU 등이 전략적 청정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인 동시에,
국내 산업이 비교 우위를 갖추고 있는 원전 및 SMR 밸류체인, LNG 산업인프라,
차세대 배터리/ESS, 스마트 전력망 등 첨단 제조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전략 추진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환경규제와
자국중심 제조부흥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전략산업의 녹색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R&D 지원과 더불어 기업
혁신을 유도할 규제 합리화 및 자율성 부여, 국내 기술의 국제 규범화를 위한
외교 역량이 선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급변하는 주요국의 지속가능성 컴플라이언스와 국제표준의 새로운
질서에 회원사가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KBCSD는 오는 6월 「글로벌
지속가능성 규제대응 심포지움」을 개최하여, Scope 3 표준화 및 탄소 데이터
시스템 구축 전략 등을 정부, 글로벌 유수기업, WBCSD 전문가 등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금번 「KBCSD CEO 지속가능경영전략 보고서」가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청정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지속가능성 규범을
내재화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목 차> 1. 추진 배경 2. 「청정산업딜」 주요 내용 3. 「옴니버스 규제 간소화 개정안」 주요 내용 4. 국내 시사점
#. 세부내용 첨부파일 참조
(관련 문의: 지속가능전략팀 한채언 팀장, 02-6000-7662, chaiun@kbcs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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